"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2024. 5. 1. 22:35읽을거리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시인.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떼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 . . .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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