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2008. 12. 29. 17:26영화




기나긴 연휴를 보내기 위해 책 2권을 빌렸다.
참 책 읽을 시간도 생기고, 조규상 많이 널럴해졌다.
한 권은 "How to be happy", 다른 한 권은"스타일"
전자는 자기처세에 대한 책으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느냐란 내용인데, 처세술 책이 그렇듯 솔직히 와닿지도 않고 내용이 들어오지도 않아 거의 스킵하다시피 책장을 넘겼다. 결국 마음가짐이란 얘기 아닌가?
후자는 나름 2008년 유행했다는 책이라 골랐는데, 스타일에 관한 에세이로 생각했던 거와 달리 장편소설이었다.
느낌은 정말 술술 책장을 넘길 수 있는 통속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왠지 이 소설도 영화화되지 않을까 싶다. 패션잡지사에서 일하는 31세의 여기자 얘기를 재치있고 짜임새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영화로 만들어도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다. 작가는 작가인 모양인지 재치있는 입담이 그대로 글 속에 녹아있다. 몇 문장 뽑아보면...




나는 드라마의 통속성이 좋았다. '통속'이란 세상과 통한다는 말 아닌가. 그 좋은 말을 사람들이 한껏 폄하해 쓰는 건 어쩐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 만족을 느끼며 니체나 들뢰즈, 지젝을 읽고, 타르코프스키나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비평하듯 보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작은 텔레비전 모니터 속에서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울고 웃게 만드는 힘. 내 꿈도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거란 믿음, 세상이 어쩌면 살만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노인과 아이를 동시에 열광하게 하는 것, 나는 이것이 드라마가 가진 통속의 힘이라고 믿는다. -page 119
"화장실 간다고 했던 인간이 7년 만에 나타나? 그 남자 오줌발, 최고다 최고. 기네스에 올려줘야겠네. 나쁜 자식."
-page 136
두 눈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결국 그 눈물은 2백만원짜리 애교살 아래를 지나, 5백만원짜리 광대뼈를 타고, 4백만원짜리 입술까지 주루룩 흘러내렸다. 끔찍하게 많은 눈물이! -page 149
차 없는 성수대료를 지나기 시작했다.
이 다리가 무너지고, 무너진 다리를 세우기 위해 몇 가지 최첨단 공법들이 언급되었다. 하지만 나는 늘 한 미술평론가가 사석에서 꺼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다리가 무너져 끊어진 부분만큼은 강화 유리로 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유리 다리 위로 달리는 자동차가 마치 허공 위를 지나가는 것 같아 보일 거라고. 그리고 그 때마다 사람들은 '성수대교의 아픔'을 분명히 기억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건축 공학적으로도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page 157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이 소설의 1/2은 여행 중에 집필되었다고 한다. 동네 카페와 도서관, 작업실, 지하철 6호선,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와 칸 영화제가 열리기 직전, 니스의 작은 호텔에서도 씌어졌다고 한다. 하긴 골방에 틀어박혀 있다고 이야기거리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작가와 같이 여행을 떠나면 참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동반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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