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이 병문안

2009. 3. 26. 13:17일상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이래저래 마음을 잡지 못해서 한동안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냈다.
봄이라서 그런가?
하긴 WBC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이 간 것 같기도 하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주는 끈적끈적한 짜릿함. 아마 성적 쾌감 이상일지 싶다. (비교하긴 힘들지만...)
태섭이가 무릎 인대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어서 퇴근 후 들렀다.
아프고 힘들었는지 목소리가 감기걸린 것처럼 잠겨있다.
어머니와 동생 내외가 나 때문에 자리를 비켜 주셨다. 
무릎이 안 좋으면서도 여행다니고 돌아다니고 그랬던 것이 악화된 듯 싶었다.
회사를 며칠 쉬고 수술을 받긴 했지만, 성치않은 다리로 출근할 일이 막막한 모양이다. 걱정어린 표정이 역력하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다가 작은 누님이 오셨다. 
동생도 그렇고 누님도 그렇고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어찌나 비스무리한지...
동생내외가 먼 길 오셨는데 태워드리겠다고 해서 같이 나왔다. 몸조리하라는 당부와 함께.
하도 말썽을 많이 부렸다는 태섭의 말을 누누이 들어서인지 지금의 동생 모습은 너무 순하디 순했다. 형 친구라고 해서 나를 대하는 태도도 깍듯했다.
와이프 역시 인물도 좋고 성격도 좋아보였다. 운전하는 내내 도란도란 얘기도 잘 꺼내고 말이다. 
아무래도 태섭이를 공통의 주제로 삼아 얘기를 했는데, 내가 모르는 태섭이의 모습이 있었다.
태섭이 이녀석 집에 가면 통 말이 없다는 것이다.
입사할 때도 연수간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이번 입원도 수술한다고 해서 알았다고 한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집에 들어가면 식구들이랑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 모양이다.
희한할세.
그래도 만나면 이런 저런 얘기로 재잘대던 태섭이의 모습으로는 상상이 되질 않는다.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려는 마음, 집안 식구에게 기대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일까?
다음에 만나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태섭이가 얼른 나아서 멋진 사진을 같이 찍으러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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