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2014. 9. 24. 08:34영화



김윤석과 봉준호,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가 생긴다. 몰입도가 상당하다. 다만, 살아남은 동식과 홍매가 그저 남남으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결말은 조금 쓸쓸하다. 배우들의 연기 면면이 모두 리얼하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이 잔인하게 변하는 과정은 스티븐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미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밀항하고자 배에 숨었던 조선족이 가스 질식으로 몰살한 이후 갑자기 잔인하게 변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거북한 면이 있다. 굳이 "미스트"와 비교하자면, 인간 심리의 변화 과정이 너무 급작스레 이뤄지는 점에서 아쉽다. 늘 그렇듯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은 동식과 홍매의 사랑이다. 미쳐가는 인간들 속에서도 동식의 사랑이 홍매의 생명을 구한다. 역시 사랑의 힘은 이토록 강한 것인가? 그러나, 목숨을 다 해 살려줬건만, 홍매는 동식 곁을 너무 쉽게 떠나 버린다. 사랑의 허무함을 감독이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뒷 맛이 개운치 않다.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인간은 원래 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고개를 든다. 다만, 감춰져 있을 뿐 언제든 여건이 조성된다면 악한 속성은 그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아무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있는 영화다. 한 인터뷰에서 문성근은 후배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자신의 연기로 인해 영화가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얘기할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런 무거운 영화는 흥행하기 쉽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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