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심리학

2014. 8. 9. 15:09일상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맞다. 내가 한참 오마이뉴스의 '저자와의 대화'라는 동영상에 심취해 있을 때 그 동영상 강의 중 한 편의 주인공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님. 그 동영상은 '쿼바디스 한국경제'라는 책의 저자로 초대되어 일반인을 상대로 한 강연이었는데, 내용은 잘 기억 나지 않으나 옳은 얘기임에 박수쳤던 기억이 난다. 저런 분이 정책을 입안하는 관료로 나갔으면 하고 바랬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글도 쓰셨던 것으로 안다. 아무튼 그 이후, 그 분의 홈페이지를 찾아봤고, 그 분이 썼던 글도 읽게 되었다. 오늘 얘기하려고 하는 '선택의 심리학'이란 책도 그 분의 글을 통해 알게 되어 읽어보았다. 

원제는 'The paradox of choice.' 선택의 역설이다. 즉,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놓여져 있는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이전시대에 비하여 그만큼 대안을 고를 수 있는 자유가 늘어났음에도 선택에 따른 고통과 스트레스로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다. 선택의 가지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좋을 거 같으나, 선택에 직면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고 선택에 따른 후회로 인해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실상 내 주변을 살펴봐도 공감이 된다. 핸드폰을 구입할 때, 수많은 단말기와 그에 따른 요금제, 다양한 옵션으로 머리가 아픈 것이 사실이다. 이것저것 따져 구입을 해도 며칠 후에 보조금 폭탄으로 더 좋은 조건의 핸드폰이 판매되는 것을 알게 되면 새로 구입한 핸드폰을 사용하면서도 행복하지가 않다. 

선택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오늘날 산업시대에 필연적인 현상으로 우리는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 앞에서 저자(Barry Schwartz)의 제안은 Maximizer가 되지말고 Satisficer가 되라는 것이다. 최고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것을 선택하고자 하는 전략을 세우고, 거기에 만족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구매나 결정이 반드시 최고이기를 고집한다면 의사결정과정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선택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하다는 아주 당연한 얘기다.

저자는 상당부분 선택의 기로 앞에서 우리가 겪게 되는 여러가지 심리현상에 대해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몇몇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고, 몇몇은 생소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Satisficer가 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글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 Maximizer가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항상 무엇을 사고 나서 후회하는 나의 모습, 꼭 물건을 구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도 난 후회할 때가 많다. 아 내가 왜 그랬지? 그 때 이걸 선택했더라면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러한 후회들이 나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것을 나 역시 진작에 알았음에도 그러한 집착과 후회가 쉽게 떨쳐 지지 않았다. 그런 건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닐까? 내 아내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일단 선택한 사항에 대해서는 별로 미련이 없다. 이미 끝난 일이란 것이다. 그에 비해 난 선택에 있어서 심사숙고하는 반면 결정 이후 후회 뿐만 아니라 번복의 가능성까지 계속 집착한다. 어쩌랴, 그렇게 타고 났는 걸... 그래서 불행한 걸... 이러한 것을 개인적 성향만으로 치부하지 않는다면 뾰족한 해결책이 있을까?

다행히도 저자는 Satisficer가 되기 위한 방법론까지 제시한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방법론일 뿐이라는 회의가 들긴 하지만 자꾸 연습해서라도 변화하는 것만이 행복한 삶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후회없는 선택을 위한 11가지 원칙 (이준구 교수님이 정리한 것에서 발췌했다.)

    1. choose when to choose : 우리 인생에 정말로 중요한 선택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 be a chooser, not a picker : 선택 가능성이 너무 많아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합리적 선택이 불가능해진다.
    3. satisfice more and maximize less : 작은 것에 연연해하지 말고, 웬만하면 만족하는 법을 배우라. 
    4. think about the opportunity costs of opportunity costs : 기회비용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면 어떤 결정에서 만족감을 얻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기회비용이 생긴다.
    5. make your decision non-reversible : 어떤 결정이 번복 가능하면 불안정성이 더 커진다. (ex. 결혼, 약속)
    6. practice an 'attitude of gratitude' :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7. regret less : 일단 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것이 좋다.
    8. anticipate adaptation : 현재 아무리 좋다 해도 곧 그것에 익숙해져 시들해질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ex.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hedonic treadmill, satisfaction treadmill)
    9. control expectations :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면 실망도 큰 법이다.
    10. curtail social comparison : 남과 비교하면 불행감만 커진다.
    11. learn to love constraint : 선택 가능성의 제한은 우리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rule, presumption, routine 같은 second-order decision을 활용해 선택 가능성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실용적인 방안은 11번이 아닐까 싶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정해서 그것은 규칙대로 하는 것이다. 옷을 사러 갈 때는 가게 두 군데만 간다거나 숙박지를 정할 때는 두 곳만 고려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고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 것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만족하는 과정을 자꾸 경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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