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2014. 8. 13. 12:26일상

어제 JTBC 뉴스에서 장하준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봤다.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삼성과 같은 재벌걔혁 내지 재벌규제에 대한 관점이 남달랐다. 무식한 내가 그동안 들어왔던 것, 내가 이해했던 것과는 다른 접근이었다. 흔히들, 얘기하는 재벌규제는 지배구조 개선이다. 논점은 주식 소유비율이 낮은 총수일가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교수 얘기는 거기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재벌들을 국민의 기업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1원 1표 즉, 가지고 있는 주식만큼 권한이 주어지므로 이를 민주주의 원칙인 1인 1표의 정신을 가미하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기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배구조를 원칙대로 개선하자는 논의는 다분히 주주 자본주의의 원칙을 지키자는 얘기로 경제민주화에는 못미친다. 더 나아가 재벌이 주주들의 이익을 좇아 경영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더 시급하다라고 주장한다. 그 예로 드는 것이 삼성전자와 같은 우리 나라 경제에 비중이 높은 중요한 기업을 정부가 관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경영상 문제점이 있을 때는 기준에 의거해 정부가 공기업 형태로 관리하는 것이다. 주주의 영향에만 둔다면 외국의 금융자본에 넘어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단 얘기다. 그 사례로 독일의 폭스바겐이 있음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장하준 교수의 얘기를 더 찾아 들어 봤다. 대부분 지적한 내용은 복지가 필요하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리고 복지는 잔여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의 형태여야 하고, 복지를 시혜나 동정이 아니라 공동구매라는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장이 복지와 대립되는 가치가 아니라 복지가 성장을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예로 북유럽 특히 스웨덴을 제시한다. 스웨덴은 50%에 육박하는 세금부담을 통해 꾸준히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이 팽배했던 미국에 비해 경제성장률도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스웨덴 국민은 복지를 누림에 따라 기꺼이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설득력있게 들렸던 것은 복지를 통해서 사회안전망을 공고히 다지는 것이 경제성장은 물론 국가발전, 나아가 국민의 행복까지도 증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 논거는 믿는 구석이 있어야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율, 자살률, 고령화속도 등을 보면 우리나라 경제규모와는 걸맞지 않게 현실은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 말하고, 자연계 우수학생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은 불안한 사회의 극단적인 모습이다. 우리 모두는 불안한 미래로 인해 도전하기는 커녕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개개인의 성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지표들이 비관적이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를 불행하게 하며 목숨을 버리게 한다. 회사에서 잘려도 재기할 수 있는 여건, 아이를 가져도 충분히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책입안자들을 포함하여 정치가들이 장교수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면하는 바램이 간절하지만, 우리의 정치수준 아니 우리 국민의 수준은 아직도 한참 멀어보인다. 전부터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뭐 그리 중요한가 싶었지만, 우리의 삶이 정치에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치부했던 것이 너무도 나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깨달으니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장교수와 같은 분들이 더욱 나서서 목소리를 높였으면 하고 바란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의 죽음  (2) 2014.10.09
니체의 철학  (0) 2014.10.02
선택의 심리학  (0) 2014.08.09
김용옥 “국민들이여, 거리로 뛰쳐나와라!”  (0) 2014.05.05
세월호  (0) 201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