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2014. 10. 1. 14:26영화


오랜만에 괜찮은 리얼리티 강한 영화를 발견했다. 거기다가 천우희라는 매력적인 젊은 여배우를 알게 되었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고아성의 친구 역으로 나왔던 그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주연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포스터를 보니 상도 많이 받았다. 한공주라는 이름이 왠지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공주라는 이름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불우한 환경에다 포스터 속에서 보이는 눈물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주인공이 흘리는 눈물과 함께 뭔가 억울한 일을 당했음이 분명하다. 어린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억울한 일. 그러나, 지켜주는 어른은 한 명도 없다. 엄마도, 아빠도, 주변 어른들도. 물론, 학교 선생님이 도움을 주긴 했지만, 그것은 단지 작은 동정일 뿐 공주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예고편을 봐도 잘못한 게 없다는 그 멘트가 키워드로 등장하지만,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건, 새롭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 왜 수영을 배우냐는 물음에 대한 공주의 답변이다. "살고 싶어질 지도 모르니까" 이는 일종의 복선으로 작용한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 공주는 같은 또래 남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렇듯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기 보다 피해자에게 너무 아픈 상처를 준다. 공주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공주는 살아보고 싶었다. 음악이 좋고, 자기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고, 알바를 하고. 그러나 현실에서는 숨을 곳이 없다. 왜 숨어야 하는 지 모르지만, 공주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사회성 짙은 영화들은 보통 결말도 비극적이다. 보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그래서인지 더욱 더 인상에 남는다. 환타지 영화처럼 그저 영화일 뿐이다라고 치부할 수가 없다. 우리 주위에도 공주와 같은 안타까운 청춘들이 있을 거 같은 생각 때문에. 물론 주인공에 나를 대입시켜 보기는 어렵지만. 만약 공주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 옆에 있었다면, 과연 나는 용기있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용기는 행동이 말해 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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