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준이

2009. 1. 30. 23:00일상

어제 갑자기 승준이한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고... 아무튼 반가웠다. 저녁에 영통에서 만났다. 약속시간보다 무려 40분이나 지각을 해서 밥은 내가 사야지 맘 먹었다. 대학원에서 같이 있을 때에도 조용한 편이었는데, 여전하다. 간간이 던지는 말이 꽤나 썰렁했던 친구였는데, 머리는 상당히 잘 돌아가는 스마트한 동생이다. 프로그래밍 실력도 상당했던 기억이 난다. 플스를 좋아했었고, 오타구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대우전자 입사 후 회사를 옮겨 지금은 르노삼성 시험팀에서 일하고 있다. 미션튜닝을 한다고 한다. 일은 비교적 널럴한 편인데, 출장이 잦다고 한다. 스페인, 스웨덴 나름 좋은 데로 간다고 부러워했더니 혹한지 아니면 혹서지라 별로 좋을 것도 없다고 한다. 
술잔이 한잔 돌고나니 승준이가 슬슬 자기 얘기를 꺼낸다. 이 녀석 역시나 할말이 있던 모양이다. 작년에 로스쿨에 지원을 했는데 잘 안됐었다며 앞으로 회사를 관두려고 하는데 싱숭생숭하다고 한다. 당연 그렇겠지... 회사를 관두고 새로운 길을 접어드는 것이 어찌 쉽겠냐. 로스쿨 준비 기간에 들어가서 공부기간 합치면 4년은 걸릴테고, 학비와 기회비용 따지면 2억이란 돈이 드니 말이다. 
전에도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와 공사 취업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적이 있어서 일면 승준이의 마음이 이해도 됐지만 새삼 놀란 것은 변호사가 되겠다는 동기때문이다. 승준이도 일신의 편함과 자유로움, 여유를 얻으면서 돈과 사회적 지위를 노리고 로스쿨을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대우전자를 다니면서 노동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국선변호사가 되어 뭔가 의미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나 비전이 없고 의미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돈도 왠만큼 벌었고, 돈에 대한 미련도 없으며 살아가는 데 있어 의미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물론 결혼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얘기도 덧붙인다. 출장도 잦고 도저히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사표를 쓸 생각이란다.
편하게 사는 것이 단지 소망이었던 내 자신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머리가 좋아서 충분히 잘할 것이라고 북돋워 주긴 했지만, 아마 나라면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려는 승준이가 부럽다. 더 부러운 것은 그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가 순수하다는 것이다.
승준이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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