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주 결혼식

2009. 1. 10. 23:23일상

초등학교 동창, 형주의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왔다.
오랜만에 양복을 꺼내입고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잔뜩 갖춰서 나갔다. 청담웨딩프라자라는 결혼식장이 대중교통이 닿지 않은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택시를 타고 도착했는데, 와 보니 낯이 익다. 준철이가 결혼했던 바로 그곳이다. 이 놈의 기억력이란...
1월에 결혼한다는 형주의 갑작스런 전화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직업있고 믿는 여성이면 바로 결혼한다더니 이 녀석 신부를 만나고 바로 밀어부친 모양이다. 학교 선생님이라는데 사진을 보니 선한 인상에 정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일 거 같았다.
형주 덕분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진구, 용식내외, 백규내외는 전부터 연락을 해오던 터라 새삼스러울 게 없었지만, 초등학교 여자동창도 한 명 봤고, 또 다른 동창의 어머니와 교회 중등부 시절 성가대 선생님이며 고등부때 주일학교 선생님까지... 심지어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까지... 어느 분은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고, 어느 분은 정말 예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내 모습은 그 분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어느덧 내 나이도 34이다. 아직까지 결혼도 자식도, 이러고 있을 줄은 나조차도 몰랐다. 때되면 자연스레 장가도 가고 가정도 꾸리고 자식도 낳을 줄 알았다. 예전에 나에게 잘해주었던 교회선배누나는 나에게 "그래도 형주보다는 니가 먼저 장가갈 줄 알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얼굴은 중요한 게 아니니 착한 사람이면 결혼하라는 충고도 함께. 
남들은 쉽게도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것 같은데, 물론 쉽게 만난건지는 알 수 없는 거지만 아무튼 결혼이라는 게 쉽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동안 여러 명의 여자를 만났다. 사랑으로만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는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지나보니 절실히 느낀다. 그때는 그걸 왜 몰랐는지...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한마디 꺼내신다. "형주도 결혼하는데 울 아들 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결혼도 결혼이지만 자꾸만 늙어가시는 울 엄마를 보면 내가 너무 불효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죄송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학교 다닐 때처럼 형주와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사법고시 실패로 맘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제 아내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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