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모임

2015. 2. 11. 16:00일상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에서와 같이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드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목장모임을 통해 한 주일동안의 삶을 나눈다. 그런데 목장모임을 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조금 찜찜하다. 하나님을 만나서 경험한 일을 나눠야 하지만, 나는 특별히 나눌만한 나만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분들도 정말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응답받은 감동적인 간증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삶에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하나님과 관련지어 얘기하고 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전에는 툭하면 욱하고 불같이 화내는 성격이었지만, 하나님을 만나고부터 많이 바뀌었다. 회사 내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합리한 사건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봤는데, 이것 또한 권위에 도전하는 자신의 성격, 순종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하나님께서 경고하신 것이다. 목장모임을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문제와 고민이 있다는 사실에 내가 가진 문제는 별게 아니네라는 위안이 되기도 하고, 기도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좋은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을(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 하나님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점이다. 하나님을 믿고 부터 내가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믿지 않았던 때에 갖고 있던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그것이 하나님 덕분이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의 선후 관계가 반드시 인과 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을 논리학에서 인과관계의 오류라고 한다.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하나님의 뜻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무엇인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어려운 일이 닥쳐도 하나님의 뜻이므로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쁘고 좋은 일이면 하나님이란 감사할 대상이 있어 좋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의 의지와 나의 뜻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일을 하나님께 의탁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나님이 모든 일에 응답주시지도 않은 데 말이다.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껏 하나님의 자녀라서 별 어려움없이 축복받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리가 과연 진리일까하는 의심이 든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뉴턴의 만유인력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무참히 깨진 것처럼 우리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이란, 진리란 언제 어떻게 바뀔 지 모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이 진리라고 반론을 펼 수도 있겠다. 성경에서 말하는 내용을 진리라 믿고 논리를 펴는 순간 논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성경의 내용과 기독교의 복음은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헛점이 많다. 종교는 이성적인 영역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성적으로 설득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맹신이 아닐까? 

예전에 강신주 박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한 번 여자를 사귄 남자가 얘기하는 사랑과 100명의 여자를 사귄 남자가 얘기하는 사랑의 무게감은 다르다고. 영화 한 편을 본 아이와 영화를 수 백 편 본 평론가의 영화에 대한 비평이 어찌 같을 수 있으랴. 불교, 가톨릭, 유교, 개신교를 두루 알고 섭렵한 사람과 기독교만을 믿고 살았던 사람의 관점은 분명히 다르다고 본다. 그렇다고 모든 종교를 다 공부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 문제들, 예를 들어, 기도와 응답, 간증, 전도, 선교 등에 확신이 없어 신앙생활을 통한 기쁨보다는 마음 한 구석의 찜찜함이 걸릴 뿐이다.

사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떠나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체험하고, 경험한다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솔직히 고백하지만, 성령이 임하는 하나님의 역사를 아직 체험하지 못했다. 모르겠다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느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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