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회

2015. 9. 8. 01:00일상

나이를 먹으면서 몸 여기저기가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귀국하기 전에 교회모임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손가락 인대를 다친 것도 왠지 나이때문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나 자신이 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은 서글프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점도 있다. 조금 더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조금 더 삶에 대해 여유를 가지게 된다. 뭔가 이루어야겠다는, 남보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그런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다. 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타인과의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희소한 자원을 놓고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으니 타인과의 투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리라. 문제는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을 뿐더러, 옳은 자가 승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론 대한민국과 달리 조금 더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은 그렇지 않고, 더구나 앞으로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

최근에 권은희 국회의원의 위증죄 기소 사건이나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유죄 판결을 보면서 자기 신념을 지키고 정의롭게 살아가는 것이 이 땅에서는 너무 힘들구나라고 느꼈다. 더구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제대로 알려지거나 밝혀지지 않는 것을 보니 미래도 비관적이다. 검찰, 경찰, 법관 등 타인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분노가 일어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부류는 극소수일 뿐더러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위나 위치에 있지 않다. 그냥 거기까지인 것이다. 수오지심이라고 공자가 말했던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인간들이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있는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런 뻔뻔함으로 잘 먹고 잘 산다면 그 누가 옳은 일을 추구하겠는가? 물론 내 스스로 정의롭고 올바르게 살아가면 되겠지만, 정의로운 자가 불이익을 당하고 뻔뻔한 인간이 부당이득을 취하는 걸 보는 것이 너무 괴롭다. 

부끄러워할 줄 알고, 옳은 일을 위해 자기 이익을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정당당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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