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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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종교
지금까지 누가 뭐래도 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살아왔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작은 어려움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지금의 내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재수를 하고도 다시 기독교 학교로 들어간 것도 어쩌면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고, 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신 것도 다 주님의 뜻이라고 믿었다. 아주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셨던 영향도 있었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교회를 나간 것이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의 머릿속에는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이 자리잡았다. 심각하게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해 의심하지도 고민해 보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니체의 철학, 러셀의 에세이를 접하면서 나의 하나님은 신앙인가 종교인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신앙과 종..
2014.12.28 -
통진당 해산 결정을 보며
정치적 보복이라는 생각부터 들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이정희가 내뱉은 말이 떠올라서다. "당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 정확한 워딩은 모르겠지만, 흔들림없는 그녀의 눈빛에서 독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마다 대선후보 토론에서 그녀가 던진 폭탄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친한 회사 동기 녀석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흥분했고, 우리 오마니조차 "독한 년"이라며 후보 자격도 없다고 쏘아 붙이셨다. 그러나, 나는 너무도 통쾌했다. 그녀가 던진 말들은 실체적 진실이었고, 그녀의 독기어린 말투도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녀가 던진 말들은 전략상 좋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또 다른 그녀의 눈빛은 부드러워 보였으나, 이 사건..
2014.12.25 -
아인슈타인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친구 집에 갔을 때 한 쪽 벽에 아인슈타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초상은 아니었지만. 걸어놓은 이유를 물었을 때, 그 친구의 대답은 "존경해서"였다. 사실 내 기억력이 워낙 후져서 확실하지는 않다. 난 아인슈타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최고의 과학자, 이전의 뉴턴이 지배하던 세계관을 바꾼 천재, 뇌의 능력을 10%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고, 그러한 수식어가 붙는 이유조차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왜 존경하는 지도 사실 공감할 수 없었다. 지금은 좀 더 자세히 물어볼 걸 하는 후회가 든다.최근에 스탠포드 교수가 강의하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듣게 되었다. 수학적인 백그라운드 없이도 ..
2014.10.22 -
실존적 인간
이것은 최동석 박사의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 요약임. 최동석 박사를 알게 된 것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이라는 제목의 벙커1특강을 통해서이다. 이 분은 개인적으로 인사조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는 경영학자이다. 경영학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세상의 다른 사물과 동, 식물과 비교하여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답변으로는 지능이 높아서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나 단순히 육체 뿐 아니라 영혼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으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답변이다. 수 천년이 되는 서양 철학의 역사에서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을 구하고자 노..
2014.10.19 -
할머니의 죽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갑자기 돌아가신 것처럼 느낀 것은 그만큼 내가 할머니를 잊고 살았던 까닭이다. 할머니의 죽음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97세의 연세가 말해준다. 요양원에서 지내시면서 가끔은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지셨다가, 갑자기 기력을 잃기도 하셨단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아주 어릴 때 할머니와 지냈다지만, 너무 어릴 때라서 별로 기억이 없다. 그 때 부산에서 있었다는데, 동네에 대한 기억도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도 없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할머니의 이미지는 엄마를 통해 전해 들은 것에 기초한다. 할머니가 큰 병없이 그리 오랫동안 살아계실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운동과 식사량이다. 잠시 우리 집에 머무르실 때조차 할머니는 산책을 다니셨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아주 잘 드셨다. 엄마..
2014.10.09 -
니체의 철학
나는 전형적인 공돌이였다. 그저 수학과 물리가 좋아서 공대를 들어갔다. 대학4학년 때 경제학개론을 듣고 한 번 공부해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한 적은 있었으나, 정치나 철학은 여전히 나와는 관계없는 분야였었다. 세상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지금 나는 직함만 엔지니어일 뿐 특허 업무를 하고 있고, 지금은 Rhetoric을 머나 먼 이국 땅에서 공부하고 있다. Rhetoric과정에서 몇몇 철학자를 접하고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니체의 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매력적이다. 니체라면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남긴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으나, 그의 철학과 관련된 강의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 보고 있다. 니체가 왜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지 그의 철학이 얼마나 기념비적인지..
201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