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2017. 9. 6. 12:26일상

러셀 경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에세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게 되면서이다. 레토릭 석사과정에서 과제를 하기 위해 읽었는데,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이 되었고, 그 밖의 다른 단편 에세이들도 마찬가지였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씌여진 글임에도 오늘날의 현실과 충분히 부합됨은 물론 그의 통찰력이 느껴진다. "행복의 정복" 역시 많이 읽힌 그의 대표 에세이 중 하나여서 구입했다. 많은 저작들을 남겨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저작들을 하나씩 따라가 볼 예정이다.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어서 전반전에는 우리가 불행하게 느끼는 원인에 대해 고찰하고, 후반전에는 행복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지 모색한다. 사실 불행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바로 행복해지는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일대일 매칭은 되지 않는다. 그럼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원인은 무엇일까? (자신에 대한) 집착, 바이런식 불행, 경쟁, 권태, 걱정,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두려움). 이렇게 9가지의 원인을 지적한다. 9가지 모두 불행의 원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중에도 유독 공감 가는 대목은 집착, 경쟁, 질투이다. 이는 내가 그렇게 느낄 때가 많아서이기도 하고, 동시에 대다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어찌 보면 첫 번째 원인인 자신에 대한 집착이 공통분모일지도 모른다. 경쟁도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타인을 넘어서려는 욕심의 발현이고, 질투 역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빚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경쟁이 습관화되어 나타나는 악영향에 대한 지적이다.

습관화된 경쟁심은 경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분야까지 쉽사리 침투한다. 독서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책을 읽는 동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이 좋아서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을 읽었다고 자랑할 수 있어서 읽는 것이다.... 경쟁의 철학 때문에 오염되는 것은 일만이 아니다. 여가도 마찬가지로 오염된다. 조용히 신경을 안정시키는 여가는 권태로운 것으로 여기게 된다. 결국 여가의 경우에도 끊임없이 가속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그 종착점은 마약 복용과 탈진상태가 될 것이다.

질투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설득력 있다. "질투는 평범한 인간 본성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 가장 불행한 것이다. 질투가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안기고 싶어 하고, 또 처벌을 받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때는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질투하는 자신 역시 불행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대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괴로워한다. 그는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들이 가진 장점,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그들의 장점을 빼앗는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법고시와 교육  (0) 2017.09.06
"전태일 평전" 조영래  (0) 2017.09.06
우일신 반기문 선생  (0) 2017.09.06
서울대 폐지론에 대한 반박의 반박  (0) 2017.09.06
반기문을 보고  (0) 201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