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 학교를 묻다"를 보고

2017. 9. 6. 12:28일상

요새 공중파에서는 SBS가 그나마 볼만한 것 같다. SBS 스페셜, "대2병, 학교를 묻다"를 보고 교육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능만점으로 서울대에 들어간 한 학생이 얘기를 꺼낸다. 그냥 학교에서 로봇처럼 공부만 해서 막상 대학에 와보니 과도 적성에 맞지 않고 왜 공부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이 학생과 함께 덴마크의 사정은 어떤지 알아본다. 덴마크에선 Gap year라고 해서 상급학교 진학하기 전에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학교 운영에도 학생들이 참여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체육시간에만 교실을 떠나는 우리 현실과는 달리 영어수업에서도 교실 밖에서 다양한 활동과 함께 배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지도 15년이 지났으니 중고교 교육이 많이 바뀌었겠지만, 이 방송에 나온 학생 얘기를 들으니 달라진 게 별반 없는 듯 하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받아적고, 외우고, 시험보는 과정을 통해서 최종 목표는 서울대 입학으로 통일되어 있다. 서울대 입학식에서 어느 학부모에게 소감을 물으니 합격 발표하는 순간 눈밭에 있었는데 너무 기뻐서 눈밭을 이리저리 굴렀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등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라는 이 공식을 깰 수는 없을까? 기본적으로 교육의 주체인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 운영에도 학생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는 없다. 학생이 원하는 교육을 반영할 통로가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 자체가 민주적이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문화는 아직 요원하다. 나이가 많고 적고에 따라서 직급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 다수, 소수에 따라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덴마크 어느 학교의 교장선생님의 말이 인상적이다. "학생이 행복하도록 이끄는 게 교육의 목표라고." 우리는 교육의 목표가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행복하도록 가이드하는 것으로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커리큘럼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이 프로그램에 나온 서울대생처럼 대학에 와서 공부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을 구원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덴마크의 학교를 보면서 우리의 학교 건물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모진 건물과 그 앞에는 흙바닥의 운동장. 물론 요즘에는 실내체육관이 지어져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천편 일률적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여전히 칠판을 향해 줄지어져 학생들은 앉아있고, 수업시간 내내 선생님의 말씀과 필기로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학교 건물도 다양한 모습으로 이쁘게 짓고, 교실도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의자며 배치며 변화를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수업방식도 변해야겠다. 선생님의 일방적인 강의에서 탈피해 학생들 스스로가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이러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교육의 지방분권화를 시도하면 어떨까? 교육부가 정한 교육과정을 전국의 모든 학교가 일률적으로 따를 게 아니라 시도 교육청별로 더 나아가서는 학교별로 커리큘럼 및 교육내용을 자율적으로 구성하여 가르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각 학교별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본다면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사례가 도출되고 전파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사교육을 위해 강남 대치동에 모여들 듯이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전라도 어느 시골이 교육도시로 탈바꿈할지도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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