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향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해 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멜로디도 좋지만, 이 노래의 가사는 음미할 만큼 공감을 불러온다. 특히나,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구절을 꼽고 싶다. 함께 한 현재의 시간들은 너무나 행복하고, 무엇보다 그런 감정이 공유되어 내 마음과 같이 상대방의 마음도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이 한참 지나 돌이켜 보면 누구에게는 행복했던 시간이 누구에게는 절망스런 시간일 수도 있다. 그 때 우리는 한 마음이었지만, 지금 보면 그대는 내가 아닌 것이다. 추억은 다르게 적히게 된다. 물론, 화자는 헤어지는 시점에서 느끼는 감정이므로 적혔다가 아니라 적힌다라는 현재 시제로 썼을 것이다. 헤어지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이야기는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은 나에게 있어 비극적인 사랑으로 적히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이별은 그저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아무 일도 아닌 것일 수 없다. 그것은 아주 큰 의미의 사건이므로 단순히 치부할 수 없는 마땅히 치러야할 의식이다. 잘 가라는 인사라도 있었으면,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의식이다.
무엇보다 이런 의식을 치루면서 세상 모든 것은 바뀌지 않았지만, 오로지 나만 달라졌다. 나만 혼자라는 점이 서럽고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